데일리팜 2006년 1월 6일(금)일자 기사 내용
잊혀진 한독의약박물관 문화명소로 ‘우뚝’ |
한해 방문객 1만명이상…추사약방문 등 보물 6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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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한독의약박물관을 가다| |
|탐방-한독의약박물관을 가다|
기업이 만든 전문박물관이 설립 40년만에 지역사회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충북 음성에 독특한 의학과 약사박물관이 소재해 있다. 중부고속도로 음성IC에서 1.6km 떨어진 한독약품 음성공장에 국내 최초의 전문박물관이자 기업 박물관 효시인 ‘의약박물관'(Medico-Pharma).
의약박물관은 전시실 400여평에 한국관, 국제관, 기업사료실로 꾸며져 있고, 의약도서실, 100평 남짓한 약초원 온실을 갖추고 있다.
이경록(42) 박물관장은 “2005년만해도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면서 “일반 종합박물관과 달리 전문박물관으로서 자발적 방문객이 한해에 이 정도 방문하기는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70%는 일반 학생이나 시민들이고 나머지 30%는 의대생과 약대생 등 관련전공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박물관이 지역사회에 문화갈증 해소
흥미로운 것은 이곳 박물관이 들어선 95년 이전에는 충북 음성군내에 단 한 점의 국가지정 보물이 없었다는 점. 박물관이 생기면서 6점의 보물을 갖춘 고장으로 거듭났다.
굳이 보물이 아니더라도 유물 1만점을 갖춘 기업박물관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과연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금증이 더해 빨리 전시실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총 2층중 1층은 국제관, 한독역사관으로 꾸며져 있고, 2층에는 한국관으로 만들어져 있다.관람에 앞서 이 관장은 “의약사도 하나의 역사적 ‘창’ 역할을 한다”며 “인간과 질병이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역사적 유물을 통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 경건한 마음을 갖게 했다.
2층 한국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이제마와 허준의 인물상을 사이로 빛나는 백자주전자가 전시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게 보물이냐”고 묻자 이 관장은 “보물이 아니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관람객이 처음 접할 수 있는 이곳에 전시했다”고 말했다. ‘백자은구약주자’. 주전자 주둥이를 막은 철로 보이는 마개가 있고, 이를 열지 못하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의학과 약학의 역사, 과거를 보는 ‘창’ 역할
이 관장은 설명은 이어졌다. “철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은이다. 은은 과거나 지금이나 독약을 미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추정된다. 왕이 쓰는 주전자에 혹시 모를 독극물 주입을 막기 위해 독특하게 고안된 주전자이다”.
왕실에서 쓰였던 최고급 백자 주전자인데 독살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말기 시대 주전자라는 설명이다.전시관 앞쪽부터 맷돌과 주전자 등으로 보이는 유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약초를 찧거나 갈아내는 도구에서 탕약을 끊이고 이를 담는 주전자 등 과거 약제를 다릴 때 쓰던 일련의 도구들 모음이다.
오늘날 처방전, 김정희 ‘약방문’…1권 남은 동의보감 초간본도 주목
이 때 흥미로운 서체가 눈에 띄었다. ‘추사 약방문’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 관장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약방문으로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처방전이다”고 설명했다. “처방을 내고 하는 것은 한의가 하던 일이 아닌가”라는 질문은 곧바로 무색해졌다.
“과거 선비들은 의학적 소양을 갖추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부모에게 봉양하는 일부터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동네지역 백성들 건강까지 챙겨야 하는 게 일종의 선비 미덕이었다. 따라서 의학에 해박하고 이를 공부하는 것은 선비들의 도리로 여겼다”. 이 관장의 설명이다.
조그만 청자약병 앞에 섰다. 보물 제646호 ‘청자상감상약국명합’. 위 아래로 겹쳐져 있다고 해서 ‘명합’.
12세기 고려시대 고위관료 등을 치료하며 왕실의 의약을 관장<